인류는 아무래도 종말을 맞이해버린 것 같습니다.
당신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지고천거리의 한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곳곳에 벤치에 놓인 주인 모를 물건이 있고,
주인은커녕 인기척이 없다 못해 멸종했습니다.
참 우습죠.
그저 잠들었다가 일어났을 뿐입니다.
세계란 한 순간에 멸망해버리고 마는 것이었군요.
이곳은 당신과, 당신의 주인인 바스루틸이 함께 지내는 집 근처입니다.
바스루틸은 식료품을 구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금방 돌아오겠죠. 당신은 대신 도마뱀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까악, 까악,
까마귀가 울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다가오는 군요.
저벅, 저벅,
발소리가 나고, 바스루틸이 돌아옵니다.
바스루틸: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프레이:곰곰… 주인을 바라보다가
어떻게 종말이 찾아왔는지, 그 당시의 일을 떠올려봅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저, 그저, 정말 잠들고 일어난 뒤에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같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죠.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렸던 종말 현상이 이렇게 조용히 사라질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프레이:" ……
:이런 광경 또한 종말의 한 형태.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건 다름 없어 보입니다.
프레이:그렇군, 인지가 망가졌는가. 그렇게 여기기로 합니다.
"성과는 어땠습니까? 제가 다녀와도 될 텐데요."
:바스루틸의 손에는 간단한 식재료가 들려 있습니다. 따뜻하게 스프를 끓이거나,
다른 요리를 해도 괜찮은, 범용성 있는 재료가 있네요.
바스루틸:"그래도 산책할 겸. 도마뱀들도 너랑 놀고 싶어했던 것 같으니까."
프레이:"단백질은 부족해보입니다만."
그러면서 단백질 덩어리 다섯을 봅니다.
바스루틸:손에 올라올 수 있도록 앞에 살짝 앉아 네게 손을 내밉니다.
"앗… 그러면 안 되지!"
프레이:"잊지 마세요. 당신이 위험하다면 예외는 없다는 것을."
바스루틸:프레이의 미간을 쓰다듬어줍니다. 언제 자신의 눈높이로 돌아와주나 기다리면서요.
"알겠어. 이때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흐흐."
프레이:괜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짐을 받아주지도 않고 앞장서 들어갑니다…
바로 요리하는 게 좋겠지.
바스루틸:그 뒤를 따라 들어가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문을 닫습니다.
"요리는 맡겨도 될까?"
주방쪽으로 가서 빈 자리에 식재료 봉투를 내려 놓아요.
프레이:"그러죠. 그동안 무엇을 하실 겁니까?"
바스루틸:"음… 생각 안 해봤어. 당장 생각나는 건 책을 읽는다든가, 아니면 너와 같이 요리한다든가. 그정도?"
프레이:"당신이라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알아보러 뛰어다닐 줄 알았는데 말이죠."
"과거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거나, 우주를 살핀다거나."
바스루틸:"아…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해."
"나도, 많이 답답한 상태야.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궁금하고… 이유를 찾고 싶고. 하지만, 종말에서 이 별을 지키기 위해 나도 고생했는걸. 너도 잘 알다시피."
"조금은 쉬었다가 해도 괜찮지… … 않을까?"
마지막 말은 조금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프레이:"미심쩍을 정도로 당신답지 않은 방침이군요."
"현명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요, 아직은…… 됐습니다."
바스루틸:그 말을 듣곤 조금 안심합니다. 나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이상한 주인처럼 되었을까봐, 이상한 영웅처럼 되었을까봐요.
그와중에 달려드는 도마뱀들을 보고 난처해합니다. "아… 얘들아, 잠깐만…!"
프레이:"종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그냥 두십시오. 언젠가 만물의 영장을 도모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반쯤은 포기하듯 생으로 된 식재료를 그대로 식탁에 둡니다.
바스루틸:만물의 영장? 무슨 뜻일까 잠시 생각하기만 하고… 어떤 요리를 하는 걸까 구경해요.
프레이:"얼마 남지 않은 세계에 적응해볼까요. 이대로 섭취합시다."
가죽 속에 뼈가 우두둑 끊어지는 소리를 내며 생닭을 잡아뜯습니다.
"드실 수 있지요?"
바스루틸:"뭐, 못할 건 없겠지만 나는 익혀 먹고 싶어…!"
"번거로우면 내가 할테니 도마뱀들하고 놀고 있을래?"
웃으며 다가온 후 프레이가 쥐고 있던 닭이나 재료들을 정리하면서 요리할 준비를 합니다.
프레이:그대로 칼을 부엌 벽에 꽂아 박아 넣습니다.
"그냥 드세요. 생으로."
"당신이 선택한 길은 협소하고 폭이 좁으니."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바스루틸:"…하지만 불은 잘 들어오는걸. 아니면, 내가 막아내지 못해서… 그래?"
조금은 슬픈 표정을 한 채 벽에 꽂힌 칼을 살살 뽑아요.
프레이:"이대로면 문명은 지속되지 않으니까요. 이 집도 곧 허물어 무너질 것이고."
"굳은 살이 없는 자는 맨발로 걷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참으로 야속하지요? 그렇습니다. 저만 초조해 하고 있어요."
바스루틸:"아니야, 나도… 나도 그래. 정말이야."
"…오늘 식재료만 구해온 것도 아니었어."
프레이:"저를 왜 데려가지 않으셨습니까?"
바스루틸:"그래서 더 초조해졌어? …나까지 사라질까봐 그래?"
프레이:"이런 세계에서 저를 빠트린다는 건 방심한다는 증거입니다."
"혹은…… 당신은 중요한 것을 이미 알고 있거나."
바스루틸:"…내일은 이슈가르드에 한 번 가볼 생각이었어. 그때는 너도 데려갈 생각이었고.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몰라."
"하루 아침에 이렇게, 사람만 사라진 것 같은 광경에 대해…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오늘도 알아내지 못했는걸."
차분히 반박하면서도 천천히 식재료를 다듬는다.
프레이:"그런 허술한 변명은 이제 저에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저를 믿지 않는 다는 건 이미 통감했으니까요."
바스루틸:그건 절대로 아닌데. 마음으로 알아주었으면 하는 말이지만 쉽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 슬픔이 약간 차오른다.
:바스루틸은 여전히 식재료를 손질해 따뜻한 음식을 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고 싶다는 걸요.
그동안 집이라도 둘러볼까요?
프레이:'당신은 언제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랐다.'
'이성과 감정, 본능, 자아가 제각기 표리되어 떠도는 그런 모습을 가식이라 여기고 증오해왔다.'
'…….'
복잡한 마음을 안고 도마뱀이 어디있는지 찾아본다.
:방금 함께 통과한 현관, 바스루틸이 있는 부엌, 2층으로도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도마뱀들을 찾아본다… 관찰 판정해주세요 (?)
프레이:숨바꼭질 중인가.
관찰력 판정
기준치:40/20/8
굴림:64
판정결과:실패
:안보인다…
프레이:이미 솥에 집어넣었나 보군.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신랄하게 조롱하며 마당으로 향합니다.
:현관쪽으로 가서 열려고 해보니 잠겨 있습니다. 바스루틸이 잠근 모양이네요.
프레이:잠금을 풀어봅니다.
안에서 잠갔을 테니 쉽게 열릴 텐데?
:바스루틸이 현관의 잠금을 푸는 당신을 잠깐 보는 듯 하더니 그대로 마저 요리합니다.
바스루틸:"산책이라도 하려고?"
프레이:"이대로 얼어죽는 게 덜 답답할 것 같아서요."
덜컹덜컹
바스루틸:"… 그런 생각, 안 해주면 안 될까? 나도… 이 사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닌데. 너라면 잠시 정도는 쉬어도 괜찮다고 해줄 줄 알았어."
:시무룩 수치 상승…
문은 잘 열립니다.
프레이:폭발하기 직전이었더라면 창문을 부수려 했습니다.
거칠게 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으러 나갑니다.
:당신이 집을 나서자 지고천 거리에 있는 작은 공원이 보입니다.
어둑어둑한 공원에는 가로등이 하나 서 있고, 의자 그네가 바람에 끼익 끼익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프레이:역시 지고천 거리를 수호하는 행운의 파란 코끼리가 없군.
:인기척이 없어 스산하기만 한 공간. 이때도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프레이:"저쪽도 곧 눈을 감겠지."
그런 까마귀의 실루엣을 보고 걷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그때,
당신의 눈 앞으로 검은 물체가 하나 빠르게 떨어집니다.
꿈틀거리는…
추락하면서 깃털이 뭉개졌습니다.
꼭 잘 만든 접토 인형을 떨어뜨린 꼴이 되었습니다.
방금까지 울던 까마귀인데 이렇게 뭉개지다니.
프레이:기분이 냉랭하게 식어감을 느끼며 절벽 아래로 던집니다.
"기분 나쁘군."
그것을 만지자 물컹한 점토같은 감촉이 느껴집니다.
기분이 나쁘고,
속이 매스꺼운 느낌도 듭니다.
프레이:이대로 가져다준다면 식량이 되었겠지만.
이성 판정
기준치:50/25/10
굴림:78
판정결과:실패
그때 집의 문이 열립니다.
바스루틸:네가 어디에 갔는지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립니다.
프레이:문 열리는 소리는 멀리서 들었지만, 그저 목적없는 제 갈길을 갑니다.
바스루틸:"아, 거기 있었구나…!"
호다닥 가서 프레이의 손을 잡습니다.
"들어가자. 응?"
프레이:"나간 지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감시하는 건가요?"
"당신은 제가 없는 동안 식료품을 구하고 그 외 다른 일도 다 하고 돌아왔는데 말이죠."
바스루틸:"…내일은 안 그럴테니까, 그러니까 가자…!"
프레이:"무엇을 하러 들어가야 합니까? 이유가 있습니까?"
"나갈 때까지만 해도 산책이라도 하냐고 물으셨으면서."
바스루틸:"설익었지만… 식사 준비가 다 돼서. …그…"
프레이:"당신의 요리는 질렸습니다."
바스루틸:"거짓말…인 거 알아. 네가 나한테 질리려면, 이렇게 말하지도 않을 거잖아."
"그러니까… 돌아가자. …집에 같이 있고 싶어."
매혹 판정
기준치:40/20/8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프레이:"그럴 수록 저를 존중해 주세요. 제게 필요한 것은 생각할 시간입니다."
바스루틸:생각할 시간도, 집에서 가질 수 있는걸. …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강경하게 나오는 네 모습에 고민합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지 말고, 돌아와야 해? 먹을 것도 잘 담아둘게."
그렇게 말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바스루틸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힝 구
프레이:그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돌바닥을 걷고…
흠, 지금은 문지기가 없는 지고천의 입출구로 향합니다.
:지고천의 입출구로 향했습니다.
원래도 그렇게 빡빡히 문을 지키진 않았지만 빠져나가기 더 쉬웠습니다.
프레이:고요한 밤에 문을 여는 소리는 왜 이리도 큰지.
이대로 구름 안개거리로 향합니다.
도중에 올라갈 수 있는 곳에 올라 이슈가르드 바깥을 보기도 하고…
서걱서걱, 눈이 밟히는 소리가 예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눈길이 끊길 때 즈음
한 때 약속했었던 거대한 성문을 지나,
구름 안개 거리로 왔습니다.
프레이:'내' 안에 있던 감정을 모조리 빨아낸 것.
… 구름안개 거리와, 잊힌 기사 주점으로 통하는 문 등 많은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것에,
보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프레이:그 주검이 있었던 곳을 찾다가 새로운 것에 시선을 둡니다.
바로 주검이 있었던 그 자리에 무언가가 눕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 딱 한 개.
관찰 판정을 해주세요~
프레이:이질적이군.
관찰력 판정
기준치:40/20/8
굴림:97
판정결과:대실패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모습입니다.
누구의 관이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 놓여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는 것 같네요.
가장 처음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그 어느 날 말입니다.
프레이:나는 끔찍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네가 깨닫길 바라며 기다렸는데 말이야.
그 관에 들어갈 생각으로 열어봅니다.
:관은 열리지 않습니다.
프레이:"통행에 방해가 되는데."
추위… 아무래도 좋지만,
"…하지만 불은 잘 들어오는걸."
바스루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관을 장작삼아 태우기로 합니다.
무거워서 치울 수는 없을 테니 태워서 해결합니다.
관은 구름 안개 거리에 흔히 타오르고 져버린 것들처럼
프레이:모닥불 삼아 밤을 보내야겠다.
불이 붙고 잘 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관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프레이:"……"
꼭 누군가가, "너는 죽어, 반드시 죽어." 라고
소름끼치게 중얼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름마저 타오를 때,
따뜻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모닥불로 삼기에 안성맞춤이군요.
프레이:"식재료를 구하러 나갔다가, 발견한 게 이건가."
바스루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한이 깊은 자는 세계에 넘치도록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적이 관을 준비해놨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게 왜 여기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 과거의 시체처럼 바닥에 주저 앉아 벽에 기댑니다.
:그렇게 잠을 청하나요?
프레이:눈을 감되 잠들진 않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줄 당신이 올 때까지.
여전히 헛소리를 한다면, 나는 그때처럼 또 슬픈 선택을 하게 되겠지.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바스루틸은 지고천 거리를 헤매다가 이곳으로 옵니다.
비록 따뜻한 것은 없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돌아가려 합니다.
프레이:"왜 오셨습니까."
축 늘어진 채로 중얼댑니다.
바스루틸:"네가 여기에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데리러 왔어."
프레이:"당신은 언제나 제멋대로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상대를 꺾어왔습니다."
바스루틸:"……"
프레이:"데려가려면, 이 마음을 꺾어 죽이세요."
바스루틸:"그러고 싶진 않아. 네 마음은… 그렇게 꺾여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네가 왜 그러는지 생각해봤어."
"……역시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같이 가자. 그리고, 쉬자. 네게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 이런 곳이 아닌 따뜻한 곳에서."
"그리고 내일 나랑 같이 여길 탐색해보자. 뭐라도 나오길 바라면서…"
프레이:"역시 제가 가장 싫어할 말을 할 줄 알았습니다."
기운 없이 일어나며 말합니다.
바스루틸:"……"
프레이:"여기에 관이 있었습니다. 아는 바가 있습니까?"
바스루틸:"어…? 관? 무슨 관…?"
프레이:"당신의 원수가 준비해둔 듯, 바스루틸이란 이름이 새겨진 관입니다."
바스루틸: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맙소사… … 왜 그런 관이 이곳에…"
늦은 밤이라 그런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프레이:"열리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태웠습니다."
바스루틸:"그, 그런 거야? 음… 누가 있기라도 한 걸까."
프레이:"그래서 말입니다만, 저를 위해 무언가를 좀 죽여줬으면 합니다."
바스루틸:"죽여줬으면 좋겠다니… 무엇을?"
프레이:"그 관을 준비했을 법한 인물 말이죠."
바스루틸:"…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면 찾아보긴 해야 해. 죽이지 않더라도 말이야."
"내일 찾아볼 것들 중에 그런 인물도 생각해서 찾아보자."
프레이:"여전히 멋대로군."
당신에겐 질렸다는 식으로 마음을 죽이며 일어나 걷습니다.
바스루틸:"…? ……."
그 뒤를 따라 걷는다. 아마도 집으로 향하겠지.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도 들려오네요.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당신이 새벽을 지키는 동안,
희미한 빛과, 역시 희미한 소리가 간지럽히듯 느껴집니다.
가느다란 가락은 아무래도 노래인 것 같습니다.
프레이:
이성 판정
기준치:48/24/9
굴림:74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잠들어 있는 바스루틸을 두고 그 노랫소리를 따라가게 됩니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노랫소리를 따라가니 어슴프레한 새벽,
대문 주변을 빙빙 돌면서 노래를 하고 있는 어린 아이가 있습니다.
프레이:누군지,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확인합니다.
???:안녕, 바스루틸. 잠은 잘 잤어?
어린 아이는 당신을 보고 활짝 웃어줍니다.
프레이:"너는 누구지?"
???:글쎄. 그런데 어찌된 게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너 말이야.
특징을 좀처럼 잡기 어려운 아이는
그 말만 하고 웃는 채로 홀연히 사라집니다.
귀신이라도 본 걸까요? 꿈이라기엔 잠들지도 않았고,
너무 생생하며, 현실이라기엔 현실감이 없습니다.
프레이:
이성 판정
기준치:48/24/9
굴림:62
판정결과:실패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틉니다.
날씨도 흐리고, 어쩐지 내내 눈이 올 것만 같네요.
그러던 차에 느껴집니다.
주인이 일어났다는 것을.
프레이:귀찮아졌군.
오늘은 무엇을 할지 대화하는 것… 필요할까요?
질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나요?
프레이:한참 늦게 들어갈 것 같으니…
구속된 듯,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를 내며 성도 대축사, 초코보 대여소로 향합니다.
초코보는 살아있을까.
:초코보는 없습니다. 대여소를 지키는 사람도요.
프레이:자유가 필요한 생물조차 그럴 수 없게 된 모양이군.
2 8
이슈가르드 하층, 잊힌 기사 주점으로 향합니다.
상심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산책
:당신은 산책을 합니다. 잊힌 기사 주점은 조용합니다.
술주정에 정신을 놓는 사람도 없고,
리엘과 시두르구 또한 없습니다.
프레이:탁자를 손으로 쓸어봅니다. 먼지가 없다면 최근에 사라진 것이겠지.
:먼지가 약간 쌓여있습니다. 역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네요.
프레이:먼지가 있나? 혹은 비어있는 잔이 말라있나?
:잔에 든 음료에도 먼지가 약간 앉았습니다.
프레이:족히 일주일은 지났겠군.
그렇다면 내 기억의 공백은 최소 그쯤은 되었다는 것.
거짓말쟁이.
이런 자신을 싫어해서 자신을 계속 속이는 꼴이라니.
멀리 내려다볼 생각에 위로 오를까 합니다.
광장을 통해 상층으로 가볼까.
바스루틸:'달걀이 다 떨어졌네…'
:무슨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프레이:그러고 보니 이런 우스갯소리가 생각납니다.
갈론드 사의 직원들의 조크.
'심부름으로 우유 두 개 사와.'
'만약 시장에 달걀이 있으면 6개 사다 줘.'
그렇게 귀가한 갈론드 사의 직원은 우유를 6개 샀다고 한다.
우유를 6 통 운반할 각오로 올라갑니다.
:성 발루아양 광장을 지나쳐갑니다.
그곳에는 가로등이 하나 서 있습니다. 그리고…
통, 통,
…하고 무언가가 가볍게 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발치로 고무공이 하나 굴러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잡으려는지 어린아이가 뒤따라옵니다.
작은 체구에 까무잡잡한 피, 새하얀 머리카락, 금색의 눈.
그 모든 것에서 기묘함이 느껴집니다.
???:"어? 안녕. 혼자 왔네?"
프레이:"넌 누구지? 여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인데."
???:같이 사는 친구하고는 안 온 거야?
프레이:"난 혼자야."
???:"마침 잘 됐어, 나도 혼자야!"
약간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이다 점점 기묘한 미소로 바뀝니다.
"혹시 그 이야기 알아? 엄청 유명한 이야기야.
프레이:"유명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퍼트리는 거군."
???:뱀과 사과와 둘 뿐인 인간.…에엥?"
"유명하잖아! 몰라?"
"학교에서도 가르쳐주는데!"
"혹시 말이야, 알고 싶다면 밤에 와."
"혼자 와야 해!"
프레이:"음."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당신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습니다. 홀연히 사라집니다.
프레이:"할 말이 있었지만, 너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 걸 보니 나도 그럴 의무는 없지."
그런 기묘한 유령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밖에 없는 멸망에. 대체 뭐가 끼어든 걸까요?
프레이:그리고 나는, 가장 부서지고 싶은 망령.
정말 기묘한 유령같습니다.
지능 판정 해볼까요?
프레이: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그러고보니 새벽에 들은 노랫소리의 주인인 것 같습니다.
기묘한 만남이 이어지다니.
프레이:이미 나라는 존재가 형태를 갖추고 돌아다니는 것부터가 끔찍하지만 말이다.
자기 혐오로 비어버린 가슴을 짚으며 상층의 시장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보석홀장 거리로 향합니다.
주인을 잃어버린 가게가 즐비해있습니다.
문이 열리다 만 상자도 있고,
길을 지나가던 것인지 중간에 멈춰져 있는 수레도 있습니다.
방금까지 영업을 하던 중이었던 것처럼 가게마다 불도 켜져 있습니다.
프레이:달걀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불이 아직도 타고 있다니, 이상하군.
:식료품점으로 가보니 달걀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사람이 없지만요.
프레이:달걀을 발견했으니 우유통을 찾습니다.
:그리고 달걀을 찾으면서 알아챈 사실이 있는데,
시장에 전체적으로 드문드문 검은 얼룩이 있는 게 보입니다.
기름일까요?
우유통은… 없다. ㅋ
프레이:기름이거나, 종말의 흔적이거나.
에러가 난 상태로 도로 나옵니다.
큰일났다.
:달걀~!~!!!~
프레이:4대 명문가 저택을 뒤져보면 우유가 있겠지.
:어디부터 뒤져보나요? ㅋ
프레이:아니지, 시일이 제법 흘렀으니 달걀도 유제품도 모두 상했을 것이다.
장기 보관 가능한 건과일이나… 육포가 낫겠군.
아유나르트 저택과 포르탕 저택을 뒤져볼 생각입니다. 조금이라도 품질이 나은 게 있을 거라고 봐서.
:그럼 먼저 포르탕 저택에 들어갔다고 합시다.
안에 들어가면 역시 사람은 없습닌다.
문지기도 없고 하인도, 그 누구도 없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뭐, 예전부터 그랬던 곳이니까요.
프레이:하인에게 받아낼 카드가 있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내 카드~!
프레이:시체가 있으면 뒤져서 카드를 얻어낼 생각입니다.
:시체도 없습니다.
프레이:저택의 주방에 원하는 식재료가 있을까.
:주방에 가면… 달걀이 있습니다!
신선해보이네요.
프레이:그럼 달걀 몇 개와, 장기 보관 가능한 식재료도 조금 챙겨둡니다.
:주방을 털어도 아무도 잡으러 오지 않는 상황이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원하는 식재료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프레이:주방을 나오면서….
응접실에 걸린 포르탕 가의 문장이 그려진 방패를 향해 달걀을 던집니다.
:달걀이 퍽, 방패에 맞고 터집니다.
왜!
프레이:나는 에드몽 드 포르탕이 싫었다.
:그럴 수 있다
프레이:행적이 마음에 안 드는데 바스루틸이 영웅이랍시고 접근해오는 꼴이나,
멋대로 자기 시선으로 쓴 망상 가득한 소설이나.
달걀 두어 개를 벽에 난잡하게 더 던지고 나옵니다.
:달걀을 던지고 나옵니다. 뭐… 달걀비린내가 좀 남겠네요.
프레이:망해버리라지.
저택을 태우는 것도 좋겠군.
최후의 보루를 통해 하층으로 내려가려 합니다.
최후의 보루는 이름이 거창하긴 해도 텅 빈 공터에 가깝습니다.
이곳에 쓸쓸하게,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나무에 다가가서 보면…
아직 덜 여문 열매가 하나 달려 있습니다.
사과네요.
아이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프레이:"먹어도 될진 모르겠지만."
들고가서 독이 없으면 도마뱀에게 주기로 합니다.
사과를 따서 같이 챙깁니다.
:아직 덜 여물었는데 챙기나요? 정말?
프레이:연금술로 가스를 쐬면 빠른 시간에 숙성할 수 있다.
식량이 급하고 두고 갔다간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사과니까.
그래도 도마뱀을 챙기려는 마음에 톡 땁니다.
프레이:에틸렌 가스를 쐬면 된다.
연금술 만세.
:연금술 만세~
프레이:사과를 닮은 자두를 땄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걸 딴 이유는 … 돌아가서 도마뱀에게도 주고 같이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돌아가면 남은 계란과 함께 미안하다고 할까.
삶은 계란이니.
프레이:e가 빠진 것처럼 마음이 쓸쓸합니다.
재퍼 (GM):life is egg.. ..
프레이:좋은 추억보다 슬프고 아픈 기억이 하나 더 많은 그리운 집으로 향합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나요?
프레이:창문을 통해 불이 켜져있는지 봅니다.
자고 있는지, 혹은 집을 비웠는지.
도마뱀이 창가에서 포크댄스를 추는지.
:불은 켜져 있습니다. 따스한 불빛이 창문을 통해 나옵니다.
창가에 작게 움직이는 그림자도 보이고요.
프레이:문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잠시 주저합니다.
마치 소리 없는 것이 스르륵 문을 통과하듯,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식탁 앞에 앉은 작은 등이 보입니다.
바스루틸:(발소리가 들린다. 거기서 잠들 뻔한 고개를 들고서 뒤를 돌아본다.) 아, 왔구나. 혼자서 어딜 그렇게 다녀온 거야~…
프레이:"아직 눕지 않았습니까."
"다녀왔습니다. 무언갈 죽이고 오느라 늦었군요."
바스루틸:"죽이고 오느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의아해합니다. 대체 무엇을?
"사람…?"
프레이:"소중한 것에게 상처를 입히는 마음의 가시말입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지나쳤군요."
바스루틸:"아… 그…"
프레이를 떠올리며 많은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과해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해 다른 곳이나 바라보다가 입을 엽니다.
"…산책하면서 조금 진정됐어?"
프레이:반쯤 비어버린 계란판을 내밉니다.
"잃은 게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슬픔이 함께 하더군요."
바스루틸:필요했던 계란이 눈앞에 나타나자 오… 상상 못한 일이 또 일어나고 있어, 계란을 신기한 것처럼 잠시 바라봅니다.
"계란… 가지러 나갈까 고민했었는데. 고마워!"
프레이:"우유는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그리고…" 하면서 주섬주섬
바스루틸:"괜찮아. 우유는 아직 남은 것도 있고…"
뭘 하려는 걸까 기다림
프레이:"그나마 자두는 있더군요. 파는 것도 아니라서 훔쳤습니다."
아주 붉게 익은 작은 자두를 식탁에 둡니다.
"도마뱀이 과일을 못 먹은 지 제법 되었을 테니까요."
바스루틸:"와, 자두네. 과일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야."
슬 웃으면서 잘 받고는 한입씩 먹을 수 있게 나중에 깎자는 생각을 하면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혼자 고생 많았어. 나도 그냥 따라가는 건데…"
"그래도… 네가 혼자 집에 돌아올까 봐 기다리고 있었어."
프레이:"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있더군요."
바스루틸:"사…람이?" 그 말에는 꽤 놀란 반응을 합니다.
"사람이 있었다니, 그게 무슨…? 이때까지 안 보였잖아."
프레이:"위험한 일인 듯합니다."
"당신과 저를 알더군요. 그리고, 이 이름도."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짚습니다.
바스루틸:"…'우리' 이름?"
프레이:"유명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저보고 혼자 만나러 나오라면서."
"가겠습니까?"
바스루틸:"확실히 이상하네…"
"혼자 만나러 오라고 했다면, 내가 같이 있으면… 못 듣는 이야기 아닐까?"
"음…" 고민스러운 듯한 소리를 내면서 생각하다가,
프레이:"다른 교섭 수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림자가 독단으로 해야할 일은 아니겠지요."
바스루틸:"그럼 내가 언제든 끼어들 수 있을 만큼 거리를 둘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람한테 갈 때 말이야. 들키지 않게."
프레이:"변장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 투구를 쓴다면 못 알아볼 것입니다."
바스루틸:"음… 일단 같이 간 다음에 교섭이 통하지 않는다면!"
프레이:"영웅은 변장이 특기니까요."
바스루틸:"투구… 뿔이 튀어나와서 들키지 않을까? 같은 장비가 있긴 하니까 꺼내보긴 할게." 끄덕끄덕
"그럼 이 이야기는 이렇게 하기로 하고… 피곤하진 않아?"
프레이:"아니오. 자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니까요."
"밤에 들리는 노랫소리, 유령처럼 사라지는 아이…"
"살아있는 것이라곤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진 세계.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바스루틸:무슨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나도 역시 안 자는 게…
안 자는 쪽으로 곰곰이 생각하는 중.
프레이:"육신이 있는 당신은 쉬는 게 맞습니다."
"제가 쉬기를 원한다면, 에테르를 주는 당신은 반드시 쉬도록 하세요."
대검을 놓고 불침번을 설 준비를 합니다.
바스루틸:프레이의 말을 듣고 몇번 끔뻑이다가 작게 웃고는 한번 꼬옥 안아줍니다. 우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주는 게 기뻐서.
"응,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줘. 아, 도마뱀들이 자두 달라고 하면 내 몫도 줘도 되고. 알았지?"
프레이:"자두 도둑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남은 계란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가, 생각에 빠지며 바스루틸이 잘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바스루틸:킥킥 작게 웃곤 침실로 올라갑니다.
:그러고보니 기분탓일까요. 주인의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는 것이.
불침번을 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은 거기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약은 먹었는가, 자가 치유는 했는가. 여러 생각이 드네요.
프레이:마냥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기에, 내일은 본격적으로 행동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새벽이 다가옵니다.
……
과거의 기억에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어떤가요?
당신은 홀린 듯이 한 곳을 봅니다.
집 안에는 꼭 요정의 빛이나 도깨비 불 같은 것이 하나 둘
날아 들어오고 있습니다.
작은 솜털 같은 빛 조각. 그리고 작은 발소리가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할머니, 알을 깨지 않으면 알 속의 새가 죽어버려요."
어린 아이의 노랫소리인빈다.
아이는 검은 무언가를 두고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네요.
저런 게 집 안에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면…
프레이:경계하며 자고 있는 주인을 등에 두고 지키듯 섭니다.
이곳은 최후의 보루입니다.
검은 형체가 앙상하게 뻗은 나뭇가지에,
외관은 사과를 닮았네요.
아이가 손을 뻗어 그 열매를 쓰다듬습니다.
???:"왔어? 바스루틸."
"사과는 너희에게 의미가 큰 과일이지?"
프레이:"당신은 누굽니까? 저는 이 질문을 세 번 했습니다."
???:"나는 너희를 지켜보고 있어."
프레이:"나의 적이라면 죽이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야기를 또 들었어!
프레이:"세상은 나의 적."
???:선악과를 사과라 부른다면서? 아, 이것부터 말하는 건 이상한가?"
프레이:흉흉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들고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사실 너희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게다가 너희의 상태가 조금 … 앗! 진정해!"
"단 둘이 있는다는 거 좋지 않아? 네가 원했던 거기도 하잖아."
프레이:"바스루틸, 계획했던 대로 해주십시오." 주변에 있을지도 몰라 신호를 보냅니다.
???:"네 상태는 언제부터 그랬던 건지, 그걸 알면 참 재미있을텐데…"
"이름은 나중에 부르는 게 어때? 대신…"
……
아이가 그렇게 말하고 눈을 한번 끔뻑이자
다시 불침번을 서 있었던 집에 있음을 자각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주인은 잠들어 있습니다.
프레이:"무력하군."
사과를 준다니 무슨 말일까요? 최후의 보루가 조금 신경 쓰입니다.
프레이:그리고 이제 알 것같습니다. 저쪽은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았으니.
일방적인 통보요, 계시 같은 것이겠지.
"나는…"
:아직 7시가 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5시네요. 마저 불침번을 서나요?
프레이:나는 주인을 믿지 못 하는 게 아니다.
진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방금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하면, 또 미온적으로 대응하려 들겠지.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주인의 상태를 보러 침실로 향합니다.
:잘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색이 여전히 안 좋아보입니다.
프레이:열이 있는지, 혹은 상태가 어떤지 살펴봅니다.
응급처치 판정
기준치:50/25/10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열은 없습니다. 이유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당신이 곁에서 잘 지켜주면, 조금 나아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밝아온 아침
7시가 되자 그가 일어납니다.
바스루틸:"음.. ….. 어…? 옆에 있었어? 깨워주지 그랬어…"
프레이:침울한 표정으로 다시 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절망했기에.
"앓는 듯하여 조금 더 쉬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스루틸:감정이 좋지 않음을 느껴 프레이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봅니다.
"고마워. …그런데 무슨 일 있었어?"
프레이:"기억을 더듬어보세요. 꿈을 꾸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제가… 어떤 아이를 만나는 꿈을."
바스루틸:프레이의 말을 듣고 곰곰히 떠올립니다. 그러다 아, 하는 탄식을 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그 아이가… 혼자 오라고 했던 그 아이였어?"
"아이일 줄은 몰랐네…"
프레이:"그렇습니다. 아마 우리에게 좋은 의도는 없는 것 같군요."
바스루틸:"그렇다고 해서 나쁜 의도도 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하네." 우선 네 감정이 좀 좋아질 수 있게 보살피듯 합니다.
"그 아이를 만났던 장소, 기억해?"
프레이:"아마도 최후의 보루겠죠."
그래도, 역시 이상한 기분.
"아이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 둘이 있는다는 거 좋지 않아? 네가 원했던 거기도 하잖아. 라고."
바스루틸:"아…."
프레이:"단순히 제 감정을 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이게 좋은 말입니까?"
"제노스가 당신의 주변인을 제거하고 둘만 남기듯?"
바스루틸:그 말을 들으면 역시 고개를 젓습니다. "이상한 아이야. … 예사롭지 않네."
"혼자 만나러 오라고 했었을 때도 최후의 보루였어?"
"이번엔 꼭 대답을 얻어내자."
"무슨 속셈인지 알아내는 게 좋겠어…!"
프레이:"광장이었습니다."
"대답은 필요없습니다. 제거해서 원래대로 되돌리죠."
바스루틸:"헉, 제거… … 혹시 둘만 남은 원인이 그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해?"
프레이:"관계가 없다고는 못하겠죠."
바스루틸:"그런 말을 했으면… 적어도 원인의 어딘가에. 응."
여전히 손을 잡고 있지만 나아지는지는 모르겠다. 반면에 자신은 여전히 안색이 안 좋은 상태.
"나가볼 거지? 빨리 아침 먹을게."
프레이:"이런 당신을 두고 어떻게 나갑니까."
바스루틸:"움직일 순 있어! 괜찮아. 혹시 움직이기 힘들면 바로 말할테니까…"
"꿈에서는… 그때 네 뒤에 있어주지 못했어. 그러니까…"
그나저나 자신의 상태는 왜 이런지 생각해봅니다.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98
판정결과:실패
(심각)
프레이:같이 곰곰 생각합니다.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61
판정결과:실패
둘이 시무룩
바스루틸:"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할게! 안 좋아지면…!"
"그러니까 같이 가게 해 줄 거지?"
프레이:"알겠습니다. 무리하진 마세요. 적어도 말릴 땐 제 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약속, 또 지키지 않으면… 아시겠습니까?"
바스루틸:"말릴 때… 응. 약속할게. 그럼…! 얼른 아침 먹어야겠다. 잠깐만!" 호다닥
프레이:"쉬고 계세요. 제가 하겠습니다."
바스루틸:이럴 때겠지. 하고 얌전히 식탁 앞에 앉아 기다립니다.
프레이:메뉴는 뭐가 좋을까. 밤새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계란죽, 계란빵, 오믈렛, 수란, 계란볶음밥, 스크램블 에그, 계란조림, 수란…"
이 모든 것을 한 상에 담아내기로 합니다.
바스루틸:뭔가 비장한 기분이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아닌데!
프레이:"1, 2, 3, 1, 1, 2, 3, 1…. 계란 총 14개가 필요하군."
바스루틸:"얼마나 든든히 먹이려는 거야…" 작게 웃음
프레이: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됐습니다. 능숙하게 껍질을 까고 물을 끓이고 오븐을 예열합니다.
"당신의 최후는 제가 정했습니다. 콜레스테롤 과다로."
많은 요리를 하면서도 주변을 계속 경계합니다. 문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다가올지 모르니.
바스루틸:"최후의 보루 얘기했다고 최후야?" 작게 웃어버리고서 그 경계심도 조금 알아차립니다. 약간 분위기를 풀기 위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프레이:그렇게 8명이 족히 먹을 분량의 상차림을 냅니다.
바스루틸:프레이는… 같이 먹어주나?
프레이:안 먹습니다.
바스루틸:어떻게 어떻게 한 접시씩 넣고 보는 김빛전…
남은건 돌아와서 먹겠다며 냉장고에 넣어둠…
프레이:잔반이 생기다니, 수치스럽다.
바스루틸:남긴 건 나인데 왜…
프레이:요리사의 수치.
바스루틸:그래도 4인분을 해치운 건 많이 해치웠다고 생각한다…
(한 6인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프레이:평소보다 너무 많이 줄었군. 슬퍼합니다.
"일찍 가면 습격할 수 있을까요?"
바스루틸:많이 먹었는데…! 아무튼 식사를 즐겁게 하고 외출 준비까지 마칩니다. 주술봉도 챙기고…
"최대한 빨리 가보자…!"
프레이:"하나,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문득 멈춰 서곤 마음에 걸리는 말을 합니다.
바스루틸:음? 무엇인지 의문이 들어 프레이를 바라봅니다.
프레이:"저는 단 둘이 있는 세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바스루틸:"그렇다면…?"
프레이:"생명은 각자 갈 길을 가면 됩니다. 저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일뿐."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저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면 됩니다. 제가 바라는 소망은 그런 고독입니다."
바스루틸:작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구나."
"그걸 알려주자."
프레이:"울티마 툴레, 카페 '라스트 렘넌트'가 있는 곳."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오스트라콘 에나와 다를 바 없으니까요."
주변을 경계하며 문을 나섭니다.
:문밖으로 나갑니다. 어디로 갈까요?
지고천 거리에는 빈 주택 부지 하우징 상가가 있습니다.
프레이:"음… 최후의 보루로 바로 향할까요? 이왕 기습할 거면 빠른 편이 좋다고 봅니다만."
바스루틸:"기습…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지기 전인 게 좋다면 빨리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긴 해. 하지만 이때까지 너를 만나왔다면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프레이:"약속을 어기는 건 어떨까요?"
바스루틸:"어떤 약속…?"
프레이:"최후의 보루에서 만나자는 약속, 아니 강압적인 통보 말입니다."
"그쪽이 우리를 간절히 원한다면 직접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바스루틸:"응, 그것도 맞는 말이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안 온다면… 알아서 오기도 하겠지."
"편하게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아. 우리, 같이 있잖아. 언제든… 내가 엄호할게."
프레이:황금양도 없는 거리를 외롭게 걷습니다.
음… 도마뱀 다섯은 챙겼습니다.
투구에 두 마리 넣고, 주머니에 둘, 가슴 품속에 하나.
바스루틸:상상하고 좀 귀여움
프레이:지고천을 벗어나려 걸으면 하우징 상가를 지나가게 되니까 그 방향으로 향합니다.
하우징 상가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일렬로 가게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역시 주인은 보이지 않네요.
모두 문을 연 가게였을텐데 말입니다.
관찰 판정을 해봅시다!
프레이:보이드 맨드레이크를 주면 경철 광석으로 바꿔주는 상인도 있었는데.
*tmi: 황금 주요 재료입니다.
지나는 길에 두리번 경계합니다.
관찰력 판정
기준치:40/20/8
굴림:89
판정결과:실패
:가게들을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볼 건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때,
당신의 머릿속에 영상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
프레이:갸웃
….
프레이:(기공이었나)
그런 영상을 보고 난 뒤 당신의 손에는
은색 총이 쥐여져 있었습니다.
들어있는 탄환은 한 개.
총을 쥔 손에서부터,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드는 것이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이 모든 게 뒤엉켜서,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들린다는 게 얼마나 미칠 노릇인지.
프레이:시야가 멀미할듯 휘저어지는 기분.
프레이:
이성 판정
기준치:47/23/9
굴림:77
판정결과:실패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프레이:'내가, 무엇을?'
프레이: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55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이 총을 반드시 바스루틸에게서 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이:"으, 으윽."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바스루틸에게 거부감이 듭니다.
괜히 사소한 반항을 하고 싶어집니다.
프레이:"……."
바스루틸:"괜찮아? 나 알아볼 수 있겠어?" 옆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프레이:치밀어 오르는 현기증을 겨우 누르며 힘겹게 말을 이어갑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제가, 본 것, 을…"
바스루틸:"뭔가 봤어? … … 괜찮아?" 손을 잡아줍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는데…"
프레이:"… 숨겨도, 소용없겠지요…"
덜덜 떨며 갑자기 생긴 총을 바닥에 떨어트립니다.
바스루틸:"… …!"
"난 못 봤는데 어느 새…!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잠깐 포옹해주려 합니다.
프레이:가슴이 타들어가는 것과 흡사한 고통, 상실, 경외…
이 모든 것이 구역질이 나 털썩 주저 앉고는 숨을 몰아쉽니다.
바스루틸:주저앉은 너를 살짝 감싸안아줍니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고 등을 토닥인다.
프레이:턱까지 차오른 신음을 흘리고 맙니다.
바스루틸:눈을 질끈 감으며 네 어깨에 살짝 기대어 몸을 더 강하게 밀착합니다. 괜찮아지길 바라면서 토닥이는 손길을 멈추지 않고서.
프레이:"변이한 당신, 을 봤습니다…"
"하얗게 된 모습, 그렇다면… 자아를 상실하고 제가 없어진다는 뜻이겠죠…"
바스루틸:"…하얗게……"
"우리는 그렇게 안 될 거야. 절대로… 괜찮아…"
프레이:"그렇게, 끝에, 끝까지… 저를 몰아세워, 자신을 혐오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마음에도 없는 것, 혹은 있더라도 작은 것이 멋대로 부풀려진 부정적인 감정을 토해냅니다.
바스루틸:"절대 그러지 않아… 절대…" 천천히 진정되길 기다리며 부정적인 감정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낍니다. 같이 보았다면 더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괜히 미안해서 오랫동안.
"너와 함께야. 나는… 언제든…"
프레이:비명과 함께 돌바닥을 긁어내는 장갑의 파편이 마모되어갑니다.
날카로운 끝이 부러지고, 금속이 불쾌한 소리를 내며 구부러집니다.
길게 느껴질 시간동안 한참을 그렇게 떨었습니다.
바스루틸:실제 손이 아니긴 해도 그 모습이 손으로 모든 감정을 드러내지 못함에 손을 깍지 껴 잡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드러내도 괜찮다고.
이마를 맞댄 시간이 그만큼 길었다 해도 괜찮습니다. 진정하고, 괜찮아졌다면.
"미안해, 모든 걸 공감해주지 못해서…"
프레이:답도 버거운지 헐떡이다가 잠시 후에 한참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듭니다.
"답을 구하러 갑시다…"
바스루틸:"이건 어떻게 할 거야?" 프레이가 떨어뜨린 총을 봅니다.
프레이:발로 차서 화단에 밀어넣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바스루틸:날아가는 총을 보다가 마저 등을 쓸어주기나 한다.
"응. 그러자. 움직일 수 있겠어?"
프레이:"아마도, 당신보다는… 괜찮을 겁니다."
바스루틸:"아, …생각해줘서 고마워." 은은하게 비치는 미소를 짓고는 움직일까 합니다.
:상점가를 지나쳐 나옵니다.
어제처럼 이슈가르드 하층, 혹은 창천 거리에 가볼 수 있습니다.
프레이:"당신은 어디로 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까?"
바스루틸:"나? 나는 어디든… 혹시 어제 들르지 못한 곳이 있다면 거기로 가보는 건 어때?"
프레이:"음, 어딜 말이죠? 용건이라도 있는지?"
바스루틸:"용건이라기 보단… 뭐라도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순찰…?"
프레이:"그런 생각이라면 쿠가네의 시오카제정 꼭대기도 가봐야 합니까?"
바스루틸:"이슈가르드 안에서 말이야…!"
프레이:"네, 예를 들자면 그런 거겠지요."
바스루틸:"그럼… 어디가 생각나?"
프레이:"창천거리 탑 꼭대기의 게일리캣은 살아있을까요?"
바스루틸:"아. 게일리캣… 그러고보니 소문으로만 접하고 직접 본 적은 없었는데. 창천 거리 들러볼 겸 볼까?"
프레이: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왜 가야하는가? 이성도, 감정도 이해할 수 없지만
기억 속 살아있는 생명이 신경쓰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살아있는지만 보고 오겠습니다."
:바스루틸도 당신을 따라갈 것 같습니다. 창천 거리로 향하나요?
프레이:첨탑을 오를 생각에 몸을 풀면서 갑니다.
:창천거리에는 첨탑 말고도 병원과 묘지가 있습니다. 혹시 신경이 쓰인다면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첨탑 위에는…
프레이:폴짝폴짝
:게일리캣은 없었습니다.
프레이:"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바스루틸:"없나보네. …무사했으면 좋겠다."
프레이: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첨탑 위에서 기운 없이 고개를 늘어트립니다.
바스루틸:"이만 내려와…! 바람이 차가워!"
프레이:"조금 울고 싶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당신은 어딘가에서 몸을 녹이고 계세요."
바스루틸:"…응. 알았어."
:바스루틸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병원이 있는 쪽으로 갑니다.
프레이: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에서는 그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 상태에 알맞는 약이 있는가.'
바스루틸:병원에서 무언가를 보고 놀란듯이 뒷걸음질을 하다가 병원에서부터 벗어납니다.
그리고는 기억에 없는, 묘지로 향하는 길을 발견해 그 길을 유심히 봅니다.
프레이:그 모습에 마치 공기 저항을 받지 않는 듯 첨탑에서 뛰어내려 바스루틸에게 달려갑니다.
"무슨 일입니까?"
바스루틸:음? 무언가를 느끼고서 프레이가 오는 것을 봅니다. "프레이… 그게, 이런 길이 있었던가 싶어서. 묘지로 가는 길이라고 적혀 있어."
프레이:"원래 있긴 합니다만? 평소와 길이 다릅니까?"
바스루틸:"응, 달라. …새롭게 만든 걸까? 그래도 최근까진 없었는데."
프레이:"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사라진 사람을… 묘지를 만들진 않겠지만… 모를 일이군요."
"기억과 다른 장소라면 가봅시다."
:함께 묘지로 통하는 길을 걸으면 정말 묘비가 몇개 늘어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프레이:몇 개 라면 묻힌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건데…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 보입니다. 새벽의 사람들, 리엘과 시두르구, 그리고 한번은 들어본 이름들.
프레이:어이가 없어 몸에 힘이 빠집니다.
:전부 다 죽어버렸나 봅니다. 며칠 전까지 인사했던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바스루틸:"…역시 없나봐. 동료들은."
프레이:"조금은 평범한 반응을 하세요."
바스루틸:"… …"
프레이:"이미 자포자기한 것과는 다른 반응입니다만."
"먼저 알고 있는 듯한."
바스루틸:여러 묘비를 여러번, 훑어보듯 보다가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기분이 자신을 엄습해옵니다. "그렇지 않아…"
프레이:"하지만 악질적인 장난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봅시다."
묘지라면 삽이 있기 마련입니다. 비슷한 것을 찾아 묘를 파봅니다.
바스루틸:나도 아무것도 몰라. 너도 날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는 거니? 나는 그저, 모험가에 불과한데. 그걸 알려준 건 너인데도. 그런 생각을 하며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아보다가 삽질을 하는 프레이의 곁으로 갑니다.
:묘를 파보면… 안에 관이 있습니다.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프레이:관을 열거나 파괴해서 안에 들어있는지 확인합니다.
:관을 열면 검고 철퍽이는 덩어리가 들어있습니다.
프레이:"음……?"
:이건 또 무엇인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프레이:"아마 죽은 건 아닌 듯합니다."
"이 묘지를 만든 자의 악질적인 장난이겠지요."
바스루틸:"… 그랬으면 좋겠어."
"차라리 나를 미워해서 장난을 친 거였길…"
프레이:"당신답지 않게 왜 죽음을 가정합니까?"
바스루틸:"우리밖에 없는지 이미 며칠이나 지났잖아? 그래서… 자연스럽게 죽어서 없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해."
프레이:"평범한 사람은 아는 이의 죽음을 확인하고, 혹은 사망 원인을 찾아내려 합니다."
"이 검은 흔적… 에 에테르를 조사해보죠."
바스루틸:"본인인지 아닌지?"
프레이:"그런 것도 있지만 사망 원인, 이런 일이 일어난 구조를 알아봐야 합니다."
"늘 당신이 해왔던 거잖습니까?"
바스루틸:고개를 끄덕입니다. 너무 낙담만 하기에는 이른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알아봅니다.
그러자 눈을 끔뻑이다가 프레이를 바라보고,
"에테르가 느껴지지 않아. 이상해. …이쪽에서 에테르를 보내도 흡수하기만 해."
프레이:"반드시 알아내야겠다면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의 어두운 감정이 처단된 프레이 미스트의 시신에 흡수되었잖습니까?"
"생을 갈망하는 소망에 의해."
"제가 들어가면 됩니다. 이제 이 모습을 버리고."
"그렇다면 그간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바스루틸:"…괜찮아, 그러진 않아도 돼. 이만 나가자. … 종말 사태 때 있었던 것처럼, 경우가 아예 다른 것 같아. 시체가… 시체같지 않아. 그저 덩어리진…"
말을 거기까지만 하고 먼저 묘지를 나서려 합니다.
프레이:몇번을 묘비와 주인을 돌아보다가, 떠나는 이를 바삐 따라갑니다.
바스루틸:"…..! 내가 들어줄까?" 프레이에게 손을 내밀어요
프레이:"저도 저 검은 얼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미약한 그림자일뿐이죠."
마치 당신의 그림자에 달라붙은 것처럼 네 개의 다리를 바삐 움직입니다.
바스루틸:"아니야, 그렇지 않아. …. 정말이야." 숙여서 도마뱀이 된 프레이를 데리고 다니기로 합니다. 신전기사단처럼 순찰을 해본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프레이:고민하다가 당신의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탑니다.
바스루틸:"내가 너무…. 낙담하고 힘이 없어서 작아진 거야?"
"미안해. 조금 더 힘을… 낼게."
그렇게 말하면서 이슈가르드 하층 쪽으로 걸어갑니다.
프레이:말없이 시무룩합니다.
"이대로 최후의 보루로 갑니까?"
바스루틸:"응. 그렇게 해볼까 싶어. 네가 한 말이 많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불편하면 언제든 사람 모습으로 돌아와도 돼. 편하게."
그렇게 말하면서 성 발루아양 광장을 통과해 상층으로 올라가려 합니다.
저벅저벅, 쓸쓸히 이어지는 걸음소리.
가로등이 하나 서 있고 그곳의 의자에 어린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프레이:"저 아이입니다." 귓가, 아니 뿔가에 작게 속닥입니다.
바스루틸:"……!" 조금 경계하며 그 아이를 바라봅니다.
???:"안녕. 오늘은 같이 왔네?"
"사과를 따러 왔어? 여기가 아니야."
라고 작게 웃으며 양다리를 그네처럼 앞뒤로 흔들며 느긋하게 앉아있습니다.
프레이:주인의 어깨 위에서 샤아악 입을 벌리며 경계합니다.
바스루틸:"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아무말 없이 혼자 있는 것처럼 시간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프레이:"아이가 앉은 의자를 부수는 건 어떨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놀라운 코어를 자랑하며 투명 의자에 앉는 건가.
바스루틸:파이쟈로 의자가 터질까 의문이 드는 가운데 아이를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프레이의 말처럼 하는 것도 방법일텐데.
게다가 약간 힘이 부족합니다.
의자를 향해 파이가를 사용합니다.
그러자 의자는 녹아내리거나 부서지면서 형태를 잃습니다.
프레이:샤아악
아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일어나 피합니다.
???:"사과는 그곳에 있어. 잘 가야 된다?"
그런 말을 태평하게 하며 사라집니다.
프레이:"성격이 나쁜 아이군요."
바스루틸:"… 사과가 있는 곳이 최후의 보루야?"
프레이:"그렇다고 합니다."
바스루틸:"사과…라… 우선 올라가보자."
프레이:"그런데 사과를 왜 찾습니까?"
바스루틸:"응? 그러고보니… … 사과 얘기를 들어서?"
프레이:"그런다고 찾는다니… 어디 홀린 게 아닙니까?"
"예전 일을 떠올려봅시다. 하이델린은 엘피스의 꽃을 이정표 삼으라고 하였기에, 바나스파티에서 끔찍한 참상을 목격하고도 1세계를 통해 과거로 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정표도 아닌 그저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뿐."
바스루틸:"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프레이:"그런 '혹시 모르잖아'를 당신 답지 않다고 하는 겁니다."
바스루틸:"처음 있었던 이변이야. 그걸 살피러 가는 것도, 나 답지 않아?"
프레이:"이변은 아이입니다. 혼동하지 마세요."
바스루틸:"아이도… 사과도…"
"이변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서 최후의 보루로 향합니다.
프레이:"닌자 카라스가 '아, 저기 호박이 굴러간다!' 는 말에 그쪽을 보는 꼴이군요."
그래도 어깨에 타고 갑니다.
투닥투닥
넓게 트여있는 최후의 보루.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프레이:"그럼 제가 첨탑의 게일리캣이 사라진 게 이변이라 한다면 믿어주실 겁니까?"
검은 가지를 앙상하게 뻗은 이 나무는… 분명히 죽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질적으로 붉은 사과가 딱 하나, 가지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프레이:"사과가 있긴 하군요."
바스루틸:"이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붉은 사과를 목격하곤
"……! 정말 사과가 있어. 이런 나무에 어떻게…?"
나무에 다가가는데 약간 휘청입니다.
프레이:마치 나무의 생기를 다 빨아들인 듯한 사과.
그것을 보고는 경계합니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증세를 보아 당신이 기운이 없는 것도 저게 원인일지도 모르니… 따로 대비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연금술로 만든 영혼수호비늘 같은 대책 말이죠."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는 겁니다."
바스루틸:"알아. 네가 말하고 싶은 게 어떤 건지…"
"… …그런데도, 저건… 필요할 것 같아."
"미안하지만… 갔다와줄래? 저 사과를 가져와줘…"
프레이:"물러나서 대책을 세우고 합시다."
바스루틸:"…. 시간이…"
"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
"…가져가면 안될까? 사과."
프레이:"아까 이슈가르드를 둘러보자고 한 건 당신입니다만…"
"당신은 저 사과를 가까이 할 수록 안색이 나빠보입니다."
바스루틸:"… 내가 좀 이상했나봐, 미안해. 가자."
프레이:"여기까지 온 김에 신학원에 가볼까 합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각종 장서가 있으니 당신을 보호할 지식이 있을지도 모르죠."
바스루틸:"대성당에 있는 신학원? 응. 그러자…"
"뭐가 있을지도 몰라…"
프레이:"거기서는 안경을 잘 고쳐써야합니다."
주인을 부축하며 신학원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기운이 돌아오는지도 안색을 살핍니다.
우선 신학원에 가기 전에는 대성당의 모습이 보이죠.
육중하게 쌓아 올린 이슈가르드 풍의 건물에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하얗고 조금 부서진 석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관찰 판정 해주세요!
프레이:
관찰력 판정
기준치:40/20/8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두리번
석상의 주인공은 할로네일 법 합니다. 할로네를 섬기는 국가니까요.
하지만…
석상의 얼굴이 당신의 옆에 있는 바스루틸과 닮았습니다.
아니,
프레이:?
"저 석상이 보입니까?"
바스루틸:"대, 대체…? 왜 이런 게…"
석상을 보고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에 상당히 놀란 듯합니다.
석상을 발견하고나자 노랫소리가 성당 안에서 들려옵니다.
……
프레이:종교(현대의 역사 비슷)판정으로 바스루틸의 석상 모습에 대해 지식을 떠올려 봅니다.
어쩐지 귀에 일렁거리며 울리던 노랫소리가 뚝 끊깁니다.
프레이:역사적인 내력 등
:판정해봅시다
프레이:
종교 판정
기준치:20/10/4
굴림:46
판정결과:실패
곰곰
"안에 누군가 노래를 부르나 봅니다. 그 아이의 목소리 같은데 들어가볼까요?"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바스루틸이 비록 용시전쟁을 끝낸 영웅이라 할지라도, 동상을 놓으려면 진작에 놓을 것이 아니었는가.
어린 아이가 부르는 듯한 높은 음역대가, 꺄르르, 웃는 소리가 나고
그때 당신과 바스루틸은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낍니다.
프레이:"으, 윽…"
프레이:제 주인을 놓지 않으려고 어지러운 와중에도 단단히 붙잡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잔디가 메마르고 흙에서 썩은 냄새가 납니다.
석상은 푸르게 부식되었으며
성당은 고대의 유적마냥 무너져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프레이: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문득 한 단어를 떠올립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전신에 불쾌감이 돕니다. 썩어가는 것 속에 있으니 같이 썩어버릴 것 같습니다.
프레이:그게 왜 떠올랐는지 생각을 더 되짚어봅니다.
프레이:
이성 판정
기준치:42/21/8
굴림:26
판정결과:보통 성공
……
발치에 무언가가 걸렸습니다.
말라비틀어진 썩은 열매.
그 열매가 반으로 톡, 갈라지고…… .
….
다시 보면, 멀쩡히 서 있는 성당과 멀쩡히 서 있는 석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노랫소리가 들려왔는데 고요해졌습니다.
프레이:"괜찮습니까?"
:왜 떠올렸는가 생각해보면 크게 짚이는 것이 없습니다. 혹은 지금까지 간과한 것일 수도 있겠죠.
바스루틸:"너무… 어지러웠어. 응. 괜찮아… 잡아줘서 고마워."
프레이:"방금 전까지 아이가 있었던 모양이니 흔적을 찾아보겠습니다."
추적으로 아이의 흔적을 뒤쫓아가봅니다.
:아이의 흔적은 아까 전 보았던 아이처럼 홀연히 사라진 것과 같아 추적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멸망의 단편… 그에 대해서 묻고 싶나요?
프레이:"멸망의 단편이란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스루틸:"음…? 글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냥 단순히 생각나는 거라면… 있어. 단편이라는 건 짧은 거잖아. 사람을 단편으로 비유해서… 모든 개체에 짧은 멸망의 순간이 한번쯤은 온다… 그런 생각은 들어. … 갑자기 너무 맥락 없는 얘기를 한 것 같네."
멋쩍은듯 웃어버립니다.
프레이:"정말 맥락도 없군요. 마치 새벽 감성의 얘기처럼."
바스루틸:"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떤 생각이 드는지는 자유잖아. 흐흐."
프레이:"하지만 중대한 상황일 때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합니다."
"흠."
당신을 종교적 특유의 청빈함을 강조하는 의자에 앉힙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어 조금 위로 올려다보며 시선을 맞춥니다.
바스루틸:"음…?"
프레이:"모든 것이 모호하고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을 하나 말해보죠."
"저는 당신을 제가 아는 '당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제가 아는 바스루틸은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아닐까요?"
바스루틸:"어…?"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상태…라."
프레이:"날고 있었는데 홍옥해의 푸른 물구슬에 도달해있다든가."
"현실에선 말이 안 되는 상황이겠지요?"
"꿈이란 건 이렇게 모호하고 인과관계가 맞지 않습니다."
바스루틸:"조금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 그럼 우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해서, 여길 맴돌고 있다는 뜻이야?"
프레이:"갑자기 묘지가 생겨있고, 고작 며칠 사이의 기억 공백일 뿐인데 시간이 오래 흐른 것처럼 먼지가 쌓여있다든가."
"일종의 이미지, 인상이라 할 수 있겠죠. 어떤 세계가 있다면 이럴 것이다, 라는 것."
"그래서 저는 이 모호함을 허구로 정의하려 합니다."
"그리고 깨어나야하는 것은 당신만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도, 당신의 내면에 늘 있으니까요."
바스루틸:"그렇다면… 깨어나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 아닐까? 혹시 그 아이가 말한 것이 방법이라면…"
"어떻게 생각해? 만약에 단순히 꿈을 꾸는 게 아니라서, 방어기재가 아이로 나타난 거고, 나를 깨우기 위한 것이라면…"
프레이:"그런 꿈에서 깨어나야하는 본능이라면, 사과를 찾는 것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등, 허구맹랑한 감각도 이해가 갑니다."
"일단 가볼까요."
바스루틸:"어디로…?"
프레이:"당신이 원하던 사과를 찾으러."
바스루틸:"…사실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네 손을 잡아 잠깐 멈춰세운다.)
프레이:"무엇입니까?"
바스루틸:"사실… 사과를 먹고 싶진 않아. …정확히는 먹기 싫어. 하지만… 이 감정 또한 어떤 힌트가 아닐까 싶어."
"사과… … 먹어도 괜찮겠지?"
프레이:"쓴약을 먹어야겠군요."
바스루틸:프레이의 손을 잡고 일어나 최후의 보루 쪽으로 천천히 한걸음 내딛습니다.
프레이:"이것은 제 자랑 같지만, 당신의 지혜를 뒷받침하는 것이니 들어주세요."
걸으면서 아까의 가설을 찬찬히 설명합니다.
돌바닥에 챱챱 걷는 도마뱀 같은 발소리를 내며.
"단순히 모호하고, 붕 뜬 것만으로는 꿈이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지금도 꿈… 이라고 여기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뒤나미스로 이룬 세계의 재현, 상상 등… 다양하겠죠. 단지 우리가 아는 원초세계의 현실이 아닌 거라고만 해둡시다."
"이렇게 가설을 다듬게 되는 현상은… 죄식자 같이 하얗고 거대했던 모습."
프레이:"거기에서 경외를 느꼈습니다. 신성하지만 두려운… 그리고."
"성당에는 당신의 석상이 있지요. 할로네가 아닌 당신을 섬기는 것처럼."
"이는 바스루틸이 이 세계의 신이라고 여기는 것과 흡사한 형상입니다."
"본디 죄식자라는 말의 기원을 아십니까?"
"어느 서적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다룬 종교에서 죄식자란 말이 처음 언급되더군요."
바스루틸: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가 질문에 고개를 젓습니다.
"죄식자…"
프레이:"평범한, 그러니까 무결한 게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평범하게 더럽거나, 혹은 오히려 켕기는 것이 있는 부유한 층이나."
"그런 죄를 사해야하는 인간은 바닥에 눕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빵조각을 올립니다."
"그럼 그 빵은 누운 인간의 죄를 빨아들입니다."
"그리고 죄식자라고 하는 직업인이 그 빵을 먹어 죄를 몸에 받아들입니다."
"인간은 매우 이기적이지요? 남의 죄를 대신 다 뒤집어 쓰는 직업이라니."
"그 종교에서는 신은 자신의 분신을 보내 인류가 저지른 죄를 모두 받아 대신 죽었다고 합니다."
프레이:"죄를 한 대상에게 몰아주고, 죽이고."
"더러운 인간을 구제할 이 비합리적인 순환…"
"인간은 너무 나약하고, 야만적인 존재이기에 신은 죄와 벌을 이렇게 다룬다고 합니다."
"우매한 인간이 알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죠."
바스루틸: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프레이:"너무 책 이야기를 했군요. 이제 지금의 현상과 연결해 봅시다."
바스루틸:"그렇구나… 응."
프레이:"과거, 고대인은 인간이라고하기에는 경외로운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고대인은 신격으로 승화하기도 했지요."
"이것을, 역사적으로는 신화 시대라고 분류해봅시다."
"신성이 옅어지고, 지금은 신의 존재가 말소하여 인간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금지된 과실을 먹는 죄를 지으면 신에게 벗어난 더러운 인간이 됩니다."
"그런 모순투성이에, 오탁을 뒤집어쓴 인간이 되러 가볼까요?"
프레이:"베네스의 기억에서도 엿봤잖습니까. 그림자가 없는 낙원에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말라고."
바스루틸:"내가… 저 사과를 먹기 싫어하는 이유도 그런 걸까? …몸도 이상하고 혼란스러워서, 나… 이 상황에 도움이 되질 못한 것 같아."
프레이:"지식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혜와 의지를 따르도록 하죠."
바스루틸:손을 살짝 강하게 쥐었다가 힘을 뺀다. 마치 어둠에 둘러싸인 것에 가는 기분이라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으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했다면.
나아가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프레이:"당신은, 다시 온갖 군상이 도사리는 세계에 뛰어들어 영웅이 되고 싶지요?"
"그렇다면 드시면 됩니다."
바스루틸:"나는… 모험가이고 싶어. 신 같은 게 아니라."
"신처럼 대단한 영웅같은 게 아니라, 한 사람의 평범한 모험가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프레이와 나란히 최후의 보루쪽으로 향합니다.
"영웅으로 봐도 뭐… 그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프레이:"하하…"
바스루틸:그런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주의를 사과로부터 조금 돌리려 합니다. 사과가 싫어지려고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다시 사과가 달려 있는 나무 앞에 도착합니다. 무엇을 하나요?
프레이:조용히 도마뱀들을 부릅니다.
:샤샤샥 도마뱀들이 등장
한 마리씩 왜 불렀냐며 서성거립니다.
프레이:"식구잖습니까. 나눠 먹어야죠."
작은 나이프를 꺼내고 사과를 땁니다.
:(써성 서성)(써성서성)(서성)
당신은 붉은 사과를 땁니다.
프레이:껍질을 적당히 자르고 6조각으로 나눠 토끼 모양으로 깎아냅니다.
바스루틸:"…. …." 조금 긴장 되는 기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프레이:도마뱀에게 나란히 다섯 조각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큰 조각을 바스루틸에게 내밉니다.
"상상은 자유라고 했던 당신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입으로 먹여드려야 합니까?"
바스루틸:그 말을 듣고 괜시리 웃음이 나 손으로 받습니다. "괜찮아, 내가 먹을게."
도마뱀들이 서로의 것을 노리지 않도록 잘 나눠주고
….
사과를 먹자,
바스루틸이 구역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허파나 심장을 뱉을 것처럼 기침을 동반합니다.
바스루틸:"으윽, 커…허억…!" 괴로워하며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프레이:"물이라도 필요합니까?"
"체하지 않도록 드십시오."
사과를 먹은 바스루틸을 본 당신은 발견합니다.
바스루틸의 입과 눈, 귀에서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새하얀 액체를.
액체는 흘러 나와 작은 웅덩이를 이루다가,
바스루틸:(주저앉았다가 옆으로 털썩 쓰러진다.)
알. 알을 깨지 않으면…
(뿔로 정정)
프레이:죄식자의 고치 같은 알을 봅니다.
어떻게 할까요?
프레이:프라이팬을 꺼냅니다.
프라이팬
톡톡
그렇게 반짝이던 알은, 그 아름다움이 허망할 만큼
간단하게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새하얀 잔해가 깨진 유리처럼 빛나면서 내려앉았고…
괴로워하던 바스루틸이 아직은 머리가 아픈 표정을 하고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둘 사이의 시선이 교차하거나, 짧은 단말마가 오갈 정도의 시간만을 남겨두고서,
모래성이 무너지는 소리가 납니다.
발을 딛은 세상은 고작 모래성.
모래시계에서 흘러가는 모래처럼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들 속에서,
우리만이 남았습니다.
둘은 동시에 직감합니다.
눈을 뜰 수 있따면 다른 곳일 거라는 것을.
서서히 가라앉는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감촉만이 남습니다.
…….
얼마나 오래 잔 걸까요.
당신의 주인, 바스루틸은 일어나자마자 몰려오는 두통에 고통을 받습니다.
팔에 무언가가 감겨 있습니다.
여기는…
병실입니다.
팔에는 링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환자에 대한 사명으로 달려온 의사가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바스루틸:"사흘이나… 의식을 잃었었다고?"
까망이:베개에서 뿔을 타고 올라와 눈가를 핥아줍니다.
당신의 주인은 어느 날,
복부를 감싸면서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고요.
원인도 알 수 없어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바스루틸:… (도마뱀이 된 프레이를 쓰다듬는다.)
프레이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의 세계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딱 하나 걸리는 것이 있따면,
마지막 순간에 어디론가 혜성처럼 날아가던 알의 조각이 있었다는 것정도.
조만간 배를 열어 상태를 볼거라고 합니다.
그때를 위해 지금은 의식을 찾은 기념으로 쉬어야겠네요.
묘비에 적힌 이름의 주인들도 언젠가 찾아올 것입니다.
까망이:안심한 듯이 둥글게 몸을 말아 잠이 듭니다.
바스루틸:바스루틸 생환, 프레이 생환
오컬트 1d4 상승
이성 + 1d20
까망이:3 + 4
관찰력 판정
기준치:40/20/8
굴림:51
판정결과:실패
4
응급처치 판정
기준치:50/25/10
굴림:78
판정결과:실패
2